산야(山野)에 묻혀있는 부천의 독립유공자 박천규(朴天圭, 1902~1967)의 묘소를 발견하였다. 필자는 틈나는 대로 부천 곳곳의 묘소를 찾아다니면서 인물 및 향토지명을 연구해왔는데, 원미구 춘의동 청소년수련관 아래 공동묘지를 답사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박천규는 <부천시사>를 비롯하여 부천에서 발행한 어느 책에서도 소개된 적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 이채로웠다.

후손들이 오랜 세월 다녀간 흔적이 없었던 듯 무성한 풀덤불 속에 묻혀있는 무덤과 풀 속에 겨우 얼굴을 내밀듯 서 있는 비석이 애잔하기만 하다. 1968년 4월 당대 최고의 소설가 정비석이 비문을 쓰고 서예가 계화순이 글씨를 쓴 묘비문을 찬찬히 읽어보니, 오산학교 재학 중 비밀결사대인 ‘선천청년단’을 조직하여 군자금을 모금하다가 일경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으며, 1943년 재차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는 내용이었다.

▲ 박천규의 묘와 그의 공적이 기록된 묘비(원미구 춘의동 청소년수련관 인근)-1

▲ 박천규의 묘와 그의 공적이 기록된 묘비(원미구 춘의동 청소년수련관 인근)-2

다음 날 곧바로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으로 가서 <대한민국 독립유공자 공훈록>에서 그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니 1980년에 대통령표창을 추서하였고, 1990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았음을 확인하였다.
아울러 관련된 독립유공자 자료를 찾아보니 1919년 9월 30일 독립청년단의 의주지부가 당숙인 박병익에 의하여 조직되자, 여기에 가담하여 독립운동자금 1천2백원을 모금하였다. 1920년 4월초 이 사실이 탄로나 일경에게 체포되어 6월 29일 신의주지청에서 징역 5월형을 받고 옥고를 치렀고, 1943년에는 오산중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애국정신을 앙양하기 위한 계몽활동을 하다가 8월에 정주경찰서에 체포되어 다시 옥고를 치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멀리에서 보면 무덤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황량한 묘소 풍경으로, 그의 후손들은 묘소를 자주 찾지 않는 것으로 보여 마음이 아프다.